정치 불안·경제 약화·글로벌 강달러 ‘3중고’
원화 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경신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제 환경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원 오른 1467.5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09년 3월 13일 이후 약 15년 만에 최고치로, 장중에는 1486.7원까지 치솟으며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했다.
정치적 불확실성, 소비 심리 위축
국내 정치 상황이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헌정사상 최초로 임시 지도자까지 탄핵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기업과 소비자 신뢰도를 약화시키며 경제적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혼란은 소비 심리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한 88.4를 기록하며 코로나 팬데믹 초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62로, 전월 대비 6포인트 하락했다.
경제 체력 약화와 글로벌 환율 환경
내수 경기와 제조업은 중국발 저가 공세 등으로 추가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강달러 기조 속에서 원화의 약세 압력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면 경제 성장 둔화와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환율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1500원 시대 열리나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주변국 통화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엔화 환율은 최근 158.1엔을 기록하며 급등했고, 위안화 역시 7.3위안으로 상승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 전규연 연구원은 “내년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과 무역분쟁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환율 안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1500원대 환율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정치적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국내외 시장의 주목이 환율 변동성에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