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또 한 번 미뤄졌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에도 ‘과세를 위한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내세우며 2027년으로 과세 유예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반복되는 유예의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남은 숙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예의 배경과 현황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안한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안을 수용하며 본회의 통과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과세가 2027년으로 연기됐다. 대신 공제 금액은 기존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확대된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처음 도입됐으며,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과세 절차 논의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2023년, 이어서 2025년으로 두 차례 연기됐고, 이번이 세 번째 유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복적 유예의 배경으로 과세 체계 구축과 관련한 준비 부족을 꼽았다. 특히 가상자산 과세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 미비와 당국의 전문성 부족, 해외 거래소와의 협력 문제 등이 주요 과제로 지적됐다.
남은 과제: 전문성과 형평성
이번 유예 결정으로 과세 시행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과세 체계 마련을 위한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1. 과세 당국의 전문성 강화
가상자산에 대한 전문 지식과 관리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세 유예는 단순한 시기 연장이 아니라 체계적인 재검토와 시스템 개선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과세 대상을 명확히 정의하고 필요 경비 인정 범위 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 해외 거래소와의 협력 및 과세 형평성
해외 거래소와 개인 간 거래, 국내 원화 거래소 사이의 과세 형평성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해외 거래소의 협조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의 자진 신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세 체계 개선의 필요성
현재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블록체인 거래 검증, 하드포크, 에어드랍 등 새로운 형태의 소득에 대한 과세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장기간 투자한 투자자들이 과거 손실을 공제받지 못하고 이익에만 세금을 내는 구조는 공정성을 저해한다”며,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크하여 장기적 과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산 시스템 구축과 신고 간소화
7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고려한 전산 시스템 구축도 중요한 과제다. 오 교수는 “투자 금액이 소액인 경우 신고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시스템을 단순화하여 개인 투자자들의 신고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 유예, 과세 체계 완비의 기회로
전문가들은 이번 유예를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 업계가 협력해 투자자와 당국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세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과세의 근본적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과세를 둘러싼 논란과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 이번 유예 기간이 가상자산 과세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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