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화세를 보이던 물가상승률이 지난 8월 3%대에 재진입한 이래 9월 역시 3%를 넘어설것으로 전망된다. 10월 물가 또한 상승을 부추길 요인이 많다. 그동안 억눌렸던 식품 가격, 대중교통 요금 등이 추석 연휴 이후 줄줄이 오를 것으로 전망돼 체감물가는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국제유가도 세자릿수 전망까지 나오면서 휘발유 값과 전기요금이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서민 부담은 가중되고 소비심리는 위축될 여지가 커졌다. 고금리·고유가에다 원화 약세에 따른 고환율, 고물가까지 ‘4고(高)’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올 하반기경기반등 가능성은 한층 더 멀어지게 됐다.
■고유가에 전기요금 인상 압박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대비 3.4%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6월과 7월 2%를 유지하며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가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물가를 끌어올린 주요인은 유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9월 27일 배럴당 93.96달러(종가 기준)로 13개월 만에 최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감산조치의 영향이다. 지난 2일WTI 선물 가격 종가는 3거래일 연속 하락했지만 배럴당 88.82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공급부족에 대한 심리로 투기수요가 늘면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전기요금 인상을 압박하는 요소다. 통상 국제유가 흐름은 최소 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전력 도매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되면 한국전력의 전기 구매단가가 올라 4·4분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9월 셋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776.3원으로 전주보다 16.7원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 판매가격은 21.5원오른 1676.8원이다.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은 주간 기준 1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2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796.17원으로 1800원에 근접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유유 값 등 먹거리에 이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예고되면서 소비심리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2023년 9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99.7로 전월 대비 3.4% 하락했다.
■물가경로 불안정…정교한 정책 필요
올 4·4분기 물가불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제 전문기관, 전문가들은 신중한 정책선택이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 리스크 요인과 전망의 불안정성‘ 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하향 추세를 보이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8월 다시 3%대로 올라서고, 물가의 장기적 기조를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 또한 지난 3월 이후 몇 달째 총지수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국제유가 하단 지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석유수출국협의체(OPEC+) 감산은 올 초부터 물가상승률 둔화에 크게 기여한 에너지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런 대내외 여건 속에서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와 ‘전기·도시가스요금‘의 추가 인상 여부가 에너지 부문에서 국내 물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올 하반기 공공요금 조정 가능성도 있어 향후 소비자물가는 정부 정책 시행 시점 및 지속기간 등에도 많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유가 불안이 물가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 실장은 “남은 4·4분기 물가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 변수“라며 “다만 (무조건적 전기요금 인상 억제보다는) 최소한이라도 요금을 올리면서 물가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중순께 발표한다.
파이낸셜뉴스 이보미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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