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에 암운이 짙다.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장기화 수순이다. 원유, 식량 등 공급망 불안은 확산세다. 불안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을엄습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개방됐고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에도 직접적 타격을 입히고 있다. 15일 파이낸셜뉴스는 민관 연구기관 전문가들에게 고물가·고금리·고환율·저성장 시대의 글로벌 금융시장 현황과 전망, 대응방향을 물었다.
■불확실성 지배…통제불능 우려도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진 원인을 미국 등의 물가상황에 대한 오판에 따른 결과로 분석했다. 시장은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알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8.6%(전년동기 대비) 올라 41년여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힘을 잃게 된대표적 사례다.
박 실장은 “지난해 4월부터 물가상승이 1년 넘게 이어져 오면서 올해는 기저효과로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 최근 한달 사이 오히려 유가상승 등으로 더 급격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물가 정점은 언제일지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실장은 “물가 정점이 아직 언제라는 확신이 없어 물가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물가상승이 떨어지는 속도 자체가 빠르지않을 수 있다“며 “지금은 불확실성 자체가 워낙 커졌고, 물가가 최근과 같이 상승한 게30~40년 만에 처음이라 전망 자체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도 국내외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요인을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상황에 있다고 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불안과 불확실성이 결합해 확대되고 있는형국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정 실장은 “지금은 국내외 모두 해당되지만 통화정책, 다시 말해 금리인상 속도에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와 함께 에너지 가격, 경기에 대한 불안등도 결합해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악의 경우는 통제불능 상태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정점 예측에 실패하면서 인플레 통제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외신을 통해 나오고 있어서다. 만약 미국 등 선진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지면 자본시장이 개방된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유출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美 연말 금리 4% 전망도…우려 고조
최근의 주가 하락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이은 후폭풍은 경기둔화, 나아가 침체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올 1·4분기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차질에 따른 교역 위축으로 세계 상품 교역량은 줄었다. 올 1월 전기 대비 -0.9%, 2월 0.2%, 3월 -0.2%였다. 교역량 축소는 성장세 둔화로 연결된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세계 경제성장률은 3.0%로 지난해 12월 전망치 대비 1.5%p나 하향 조정됐다.
문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불안이 가중되면서 예상보다 금리인상 폭이 훨씬 커지고, 빨라진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현재 미국은 연말 최소 3.5%까지 금리를 높여 4%대로 인상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며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린다는 것은 글로벌 인플레가 그만큼 안 잡히고 있다는 것으로, 우리나라 금리나 물가 여건도 비슷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박실장은 “(미국과 엇갈린 통화정책을 펼 수가 없어) 공통된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경기와 관련, 중국 리스크를 추가로 꼽았다. 김 팀장은 “중국의 경제둔화도 우려요인으로 꼽았는데 단시간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며 “금리인상 기조에다 내년이라고 어려운 경제여건이 풀릴 거라고 기대되진 않고, 이런 상황이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 연지안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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