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결혼식을 미루거나 취소한 경우가 무려 17만쌍이나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감염 우려로 자의반 타의반 새로운 만남의 기회 자체가 자연히 줄어들고, 경제적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상대의 경제력을 우선적으로 따지게 되는 등 결혼관 자체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호텔, 웨딩 업계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예식 취소, 연기로 비상이다.
일본 결혼 관련 한 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경우는 17만쌍으로 추산됐다. 예식 수요 급감으로 호텔, 웨딩 업계가 입은 손실은 약 6000억엔(약 6조6000억원)정도다.
참다못한 웨딩업계는 최근 코로나 방역을 위한 자체 가이드라인까지 내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각자도생으로 유명한 일본 웨딩업계가 뭉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하객용 테이블 위에 비말 차단용 아크릴판 칸막이를 설치하고, 하객 좌석간 1m이상 간격 유지한다는 것, 그외에 결혼식 동영상 생중계 등의 아이디어 상품까지 내놨다. 결혼식 생중계는 코로나 고위험군인 고령의 하객, 결혼식 참석을 꺼리는 친지들을 배려한 것이다. 예식 취소 위약금도 대폭 감액해주고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호텔업계는 대형 국제회의, 공연 등이 올스톱되다시피 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랜드프린스호텔은 디너쇼, 국제회의장으로 사용해 온 1100석 규모의 대형홀을 내년 3월까지 기간 한정으로 100석 규모의 비교적 소규모 결혼식에도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요금은 결혼식과 피로연을 합쳐 약 495만엔(약 5500만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웨딩 업체들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것은 ‘결혼식에 대한 불신’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웨딩 고객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혼관 자체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의 결혼 매칭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페어즈는 지난 5월 중순 291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시대 결혼관에 대해 조사를 했더니, 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일수록 가치관의 일치를 중시하고, 남녀불문하고 경제적 안정을 중시하게 됐다고 한다. ‘코로나 실직’, ‘코로나 도산’ 등으로 남녀 공히 상대의 경제력을 더욱 높이 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연애, 데이트 등을 위한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 역시 중장기적으로 결혼, 출산 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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