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3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은 낮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역시 ‘서프라이즈’ 불씨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긍정적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16일(현지시간)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북한과 다시 대화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논의가 많은 급과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북•미 양측 정상이 달성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다면 그들을 만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가 북한 비핵화라는 세계의 목표를 향한 중대 조치인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북•미) 정상을 만나게 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북한이 중대한 합의에 이른다는 전제가 있다면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11월 미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두 정상을 만나게 할 지점에 도달할 것이란 증거도 보지 못했다”면서 “내가 틀렸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낮지만 여지는 남겨두며 북한에도 유화적 제스처를 보낸 셈이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사실상 멈춰버렸고, 이후 실무협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 상호 간 입장차는 벌어지기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흥미를 급격히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출간되고 여기에 미 대선 전 3차 북•미 대화를 의미하는 ‘10월 서프라이즈’설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인식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북한은 미국의 우선적 대북제재 해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협상이 진전될 수 없는 구조다. 다만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폼페이오 장관의 말처럼 정상회담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역시 “미국은 제제 일부 해제와 영변 핵시설을 흥정하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말라”면서 미국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고 올해 정상회담은 없다면서도 정상 간 결심이 있다면 “또 모를 일”이라고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이날 미국 싱크탱크인 국익연구소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도 미국 언론에 낸 기고문에서 미 백악관과 국무부 당국자를 인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돌파구 마련을 위해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제안을 북한에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백악관이 김 위원장과 3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이를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백악관이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재개를 막기 위해 중•러를 활용하는 다자간 협상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북한에 이 방안을 전달했지만 아무런 진전에 실패했고,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포기하지 않고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아이디어들을 개발 중이다.
북한이 1개 내지 복수의 핵시설을 폐기하면 제재완화를 해주는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미국의 ‘당근’에 회담장에 나올 것인지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정부 내 핵심부에서도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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