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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까지 수출규제 해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한국 정부의 ‘최후통첩’에 일본 현지에선 뜻대로 움직여줄 것 같지는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총선 압승으로 집권 4년차에 70%대 지지율로 자신감을 획득한 문재인 정권과 코로나19 대응 실책으로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아베 정권이 서로 다른 정치적 입지 속에서 각각 강공으로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일 갈등이 다시 한번 바닥을 치는 ‘더블딥’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엔 이렇다 할 고위급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형식적이나마 무역당국 간 국장급 실무대화를 두 차례 열었으나, 실무급 이상의 고위급 간 소통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 산업부의 일본 경산성을 향한 공개적 시한 통첩은 역설적으로 양국 간 외교채널이 꽉 막혀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13일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로선 양국 간 차관급 등 고위급 대화 계획이나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도쿄 현지에선 일본이 한국의 사실상의 통첩에 강공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선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아베 총리의 비서실장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나 경산성 등에선 “적절한 수출관리 차원에서 수시로 수출관리(한국 측은 수출규제라고 칭함)를 평가해 나간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한국 법원에 압류 중인 징용 가해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 움직임에 따라 구체적인 행동을 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국 법원에 압류 중인 일본 징용 가해기업의 자산이 매각될 경우 일본 정부가 한국산 관세 인상 등을 포함한 최소 10개 이상, 즉 두자릿수의 보복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6월 안에 자산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 한국의 4월 총선 전까지만 해도 양국 관계 개선에 기대감을 거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당시 한•일 관계에 깊이 관여한 한 인사는 “일본 측도 적절한 기회에 수출규제를 풀겠다는 요량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관건은 국회에서 문희상안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문희상안은 징용 배상금을 한국과 일본의 자발적 성금으로 모금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문희상 국회의장 개인의 소신과 정치생활의 사활을 건 문희상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자에서 한•일 관계가 “더블딥을 향해 가고 있다”는 한 외교소식통의 발언을 소개했다.
총선 압승과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통한 문 대통령의 정치적 자신감, 코로나 실책으로 인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위기로 양국 관계가 두번째로 바닥을 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국 국민의 감정적 대립도 한층 강화됐다. 더욱이 한•일 간 우회적 대화 창구였던 양국 국회의 파이프라인도 한국의 22대 국회 출범, 한•일 의원연맹 물갈이, 문희상안 폐기 등으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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