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사진들 합성
미중 무역합의 이행이 4개월만에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양국이 지난 1월 도출한 1차 무역합의 실행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공격성 발언이 수시로 불거지고 코로나19 발원지 감정의 골도 깊어지는 등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비난이 계속되고 중국도 올해 초 이미 서명한 1차 무역합의에 대해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갈등이 재점화되면 2차 무역분쟁 발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여파와 1차 무역분쟁의 충격 경험을 고려할 때 극단적인 상황은 서로 피할 것이란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미중 전문가 “1차 합의 비현실적”
11일(현지시간)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중국계 미국CBS 기자의 질문에 돌연 기자회견을 중단했다. 웨이자 장 기자가 미국의 검사 역량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나한테 묻지 마라. 중국에 물어봐라”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뒤 회견장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웨이자 장 기자가 중국이 자국에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무역협상을 재개하고 싶어한다는 보도가 있다고 질문한 것에 대해선 “나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합의에 서명했다. 그들이 서명한 합의를 지키는지 보자”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반응은 코로나19로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1차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올해 1월 미중 1차 합의문에서 중국이 약속한 것은 향후 2년 동안 서비스 379억달러, 공산품 777억달러, 농산물 320억달러, 에너지 524억달러 등 4개 부문에서 2000억달러(약 245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안팎에선 불이행에 무게를 싣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8%를 기록하고 글로벌 무역도 중지되는 등 현실적으로 이행하기가 어려워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인용해 “무역합의 수입액 자체가 애초에 대외적인 과시를 위한 비현실적인 숫자”라며 “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이 비현실적이었던 합의를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류는 중국 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 관계자가 “코로나19로 세계 경제 환경이 크게 바뀐 만큼 협상 철회가 어렵더라도 재협상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불이행 땐 경제 치적에 타격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경제적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중국의 약속이행이 필수적이라고 외신은 분석하고 있다. 1차 합의가 트럼프 행정부의 공로인 만큼 그 결실까지 가져가려 한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1차 무역협상을 파기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1차 합의 불이행이 현실화될 경우 코로나19로 쌓인 다툼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이 이달 초 언급했던 미국 국채 매각 논란도 재점화될 수 있다.
2차 무역분쟁도 뒤따라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미 시장조사업체 로듐그룹과 비정부단체인 전미 미중관계위원회가 함께 발표한 투자 동향 보고서에서 “미중이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두고 서로를 비방하면서 양국 간에 존재했던 정치 및 경제적 앙금이 더 깊어졌다”고 진단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많은 전문가는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마지막 옵션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이는 중국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서울=정지우 특파원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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