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플레이션 우려’ 진화에 적극이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디플레이션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디플레이션은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할 괴물”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특히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은 ‘엎친데 덮친’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일본이 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었던 배경엔 디플레이션이 있었다.
1일 정부가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공개적으로 개최한 이유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통상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일주일에 두 차례 열린다. 보통은 비공개로 치러지지만 정부가 긴급히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경우 공개로 전환된다. 김 제1차관은 이날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라며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올 연말부터 물가상승률은 0%대 중후반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 위축 이어질라…진압 나선 정부
정부는 일시적•정책적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은 음(-)에서 양(+)으로 올라선다고 강조했다. 김 제1차관은 “일부 가격이 과거 4년 평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면 이번달 물가 상승률은 1%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제1차관이 언급한 1%는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린 요인이었던 농산물, 석유류, 정부 복지 정책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을 의미한다. 농산물과 석유류만 제외한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6% 상승했다.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한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 과장도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 과장은 “일시적인 마이너스 상승률로는 디플레이션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지금의 저물가는 소비 부진으로 인한 현상이 아니라 공급적•정책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은행 기자단 워크숍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아직은 디플레이션 징후로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적극 디플레이션과 선을 긋는 이유는 소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마이너스로 되는 상황이 디플레이션”이라며 “지금의 저물가는 디플레이션이 아닌 몇몇 공급 충격에 의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기대가 불필요하게 떨어져서 경제가 위축되는 걸 정부가 예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말 물가상승률 0% 중후반으로 올라설까
정부는 올해 연말 물가상승률이 0%대 중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말이면 기저효과가 완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김 제1차관은 “9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지난해 8월 1.4%에서 9월 2.1%로 높게 상승했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측면이 강하다”라고 주장했다.
기저효과가 가장 크게 반영된 건 농산물 물가다. 폭염과 늦여름까지 지속됐던 폭우로 지난해 농산물 가격은 급등했다. 지난해 8월 9.3%, 9월은 14.9%의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올해는 봄부터 여름까지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8월은 -11.4%, 9월은 -13.8%다.
김 제1차관은 “공급측 충격에 의한 물가 하락은 2~3개월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물가에는 일시적, 계절적 요인뿐 아니라 정책적 요인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달 처음으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나 그 원인을 찾아보니 정부의 복지비용 증가가 있었다”며 “그 전까지는 물가가 하락해도 복지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복지비용이 늘어날수록 저물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9월부터 전국적으로 고등학교 3학년에 대한 무상교육이 실시되면서 고교납입금의 물가기여도가 8월 -0.02%에서 9월 -0.17%로 낮아졌다. 경기도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되면서 학교급식비의 물가기여도는 8월 -0.08%에서 9월 -0.10%으로 낮아졌다.
파이낸셜뉴스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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