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go ships navigating a coastal channel at sunset with vibrant skies.
국제유가 급등 국면마다 반복돼 온 중동발 대형 프로젝트 사이클이 2026년 다시 작동하고 있다. 과거 항만과 도로, 최근 미래 도시에서 이제는 송유관 인프라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흐름이다.
중동 특수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패턴이다. 1970년대 1차 오일쇼크 당시 고유가로 축적된 오일머니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이어졌다. 대표 사례가 현대건설이 수주한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다. 당시 프로젝트 규모는 국가 재정에 맞먹는 수준이었고,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 확대를 촉발했다.
이 시기 중동 건설 붐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외화 공급원이 됐다. 해외 수주액은 불과 5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고, 중동 중심의 수주 확대는 산업화 초기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2022년에도 유사한 흐름이 재현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사우디는 초대형 미래 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를 전면에 내세웠다. 직선형 도시 ‘더 라인’,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리조트 ‘트로제나’ 등 초대형 구상이 쏟아지며 시장 기대를 자극했다.
당시 국내 증시는 실제 수주 여부보다 ‘중동 경험’ 자체에 반응했다. 과거 프로젝트 수행 이력만으로도 관련 기업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유가 하락과 함께 프로젝트 규모는 축소됐고 기대감도 빠르게 식었다.
2026년은 양상이 다르다. 미국-이란 갈등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핵심 변수다. 특히 호르무즈해협 불안이 심화되면서 해상 운송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동 산유국들은 송유관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사우디는 기존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으로 원유를 수송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추가 확장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라크 역시 바스라-하디타를 잇는 전략 송유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아부다비-푸자이라 라인의 확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핵심은 ‘우회 능력’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을 대비해 육상 수송망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이는 단순 인프라 투자 차원을 넘어 에너지 안보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산업이 다시 수혜 후보로 거론된다. 송유관 프로젝트의 본질은 강관과 피팅 공급이다. 대구경 강관 생산 능력과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아직은 기대가 선행하는 국면이다. 다만 프로젝트가 실제 발주 단계로 진입할 경우, 한국 기업 참여 가능성은 다시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결국 공식은 반복되고 있다. 고유가는 중동의 대형 투자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한국 산업과 증시에 기대를 형성한다. 다만 이번 사이클의 중심이 도시가 아닌 ‘에너지 수송 인프라’라는 점에서 구조적 변화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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