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사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올해 스마트폰과 노트북 시장에 한파 경고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애플과 삼성전자의 가격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기기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 북6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올리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반면 애플은 보급형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맥북 라인업의 기본 메모리 용량을 확대하면서도 가격 인상 폭은 제한하며 점유율 확대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3일(현지시간) 애플은 전작 대비 성능을 높인 칩을 탑재한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14인치·16인치)를 출시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메모리 공급난 속 신형 제품의 기본 메모리 용량을 대폭 늘렸다는 점이다.
맥북 에어는 기본 용량이 256GB(기가바이트)에서 512GB로, 맥북 프로는 512GB에서 1TB(테라바이트)로 두 배씩 확대됐다. 그러면서 전작 대비 가격 인상률은 10%대 초반 수준으로 책정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가성비’가 높아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날 공개한 신형 아이패드 에어 역시 성능 업그레이드와 함께 기본 램 용량을 8GB에서 12GB로 늘리면서도 가격을 동결했다. 보급형 라인업인 ‘아이폰17e’ 역시 각종 성능 향상과 함께 기본 저장용량은 128GB에서 256GB로 확대했지만, 가격은 전작과 동일하게 책정됐다.
업계에선 지난 1년간 메모리 가격이 수배 오른 점을 고려하면, 메모리 용량을 높이고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최소화한 전략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애플의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갤럭시S26, 갤럭시S26+, 갤럭시S26 울트라를 공개, 전작과 동일한 램 용량을 유지하면서도 전 라인업에 걸쳐 3년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최고 사양 모델인 갤럭시S26 울트라 1TB 모델의 경우 전작 대비 19.6% 비싸졌고, 가장 기본형 모델인 갤럭시S26도 512GB 모델 기준 출고가가 16.1% 더 인상됐다.
지난 1월 삼성전자가 선보인 신형 노트북 ‘갤럭시 북6 프로’도 맥북과 비교해 가격 인상 폭이 가파르다. 갤럭시 북6 프로는 사양에 따라 인상 폭이 25.0%~47.1%에 이른다.
업계에선 애플이 기기 가격 인상 압박에도 동결 기조를 취한 것이 점유율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올해 칩플레이션으로 스마트폰과 노트북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종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메모리 가격 인상 등 여파로 전년 대비 1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노트북 시장 전망도 어둡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전 세계 노트북 출하량이 전년 대비 9.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갤럭시 시리즈가 채택하고 있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달리 애플이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한 점도 양사의 전략이 엇갈린 배경으로 꼽힌다. 애플의 자체 생태계를 통한 소프트웨어 수익으로 하드웨어 수익성을 일부 방어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경우 애플스토어 수수료를 비롯해, 클라우드, 애플뮤직 등 자체 서비스로 얻는 수익이 크다”며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사용하는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비해 가격 방어 여지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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