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시기(1차 2006~2007년, 2차 2012~2020년) 대북정책은 ‘핵’, ‘납치’, ‘수교’라는 세 가지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전개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베 정권은 이 세 사안을 국내외 정치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조정하며,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제한적 대화도 시도하는 양면 전략을 구사했다.
먼저 핵 문제는 아베 정권의 대북정책 전반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였다. 북한이 2013년, 2016년, 2017년 잇따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자, 일본은 자위대 대응 능력 강화와 유엔 제재 결의 적극 동참, 독자적 대북제재 확대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일본 영토를 사정권에 넣는 위협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억지력 중심의 정책 기조를 천명했다.
납치 문제는 일본 내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아베 총리는 이를 대북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2002년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 방문 당시 외무부 차관으로 동행하며 납치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 목격한 그는, 2014년 북한과 스톡홀름 합의를 체결해 일부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납치 피해자 재조사를 시도했으나 북한의 미이행으로 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이후에도 아베는 납치 피해자 가족회와 지속적으로 면담하며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국교 정상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교 문제는 아베 정권이 표면적으로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으나, 핵과 납치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2018~2019년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시기에도 일본은 미국과의 사전 조율에 집중하며 독자적 대북 접촉은 거의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밀히 협의하며 북한 비핵화 압박에 주력했다.
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의 대북정책을 단순한 강경 노선으로만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핵·납치·수교 세 이슈는 고정된 위계 없이 정세에 따라 우선순위가 바뀌었으며, 외교·안보·국내 정치가 복합적으로 얽힌 다층적 전략 속에서 운영됐다는 것이다.
한 국제정치학자는 “아베는 대북 압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정치적 이슈로 납치 문제를 활용하고, 수교 카드를 전략적으로 남겨두는 방식으로 정책을 운용했다”며 “이러한 전략은 이후 스가·기시다 정권에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베 정권의 대북정책은 핵 위협 대응과 납치 문제 해결 요구, 그리고 국교 정상화 가능성 사이에서 복잡한 균형을 모색했으나, 세 가지 목표가 충돌하며 북일관계는 장기 교착 상태에 머무른 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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