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목관이 성 베드로 성전에서 야외 제단으로 운구되며 미사가 시작됐다. 입당송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에 이어 기도, 성경 강독, 추기경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의 강론이 이어졌다. 이후 성찬 전례와 고별 의식이 진행됐다.
미사는 레 추기경이 주례하고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 집전했다. 관 속에는 팔리움, 교황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재위 업적을 담은 문서가 철제 원통에 담겨 함께 안치됐다.
과거에는 삼중관 입관 절차가 있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소박함을 강조하며 아연 덧댐 목관만을 사용하도록 했다. 또한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가 아닌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장지로 선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안장되는 것은 122년 만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과 장지 간 약 6㎞를 운구 행렬이 사람 걸음 속도로 이동해 시민들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가능하게 했다. 교황의 관은 대성전 벽면 움푹 들어간 공간에 안장되며, 흰 대리석 받침에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 새겨진다.
장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 국가원수 약 50명과 군주 약 10명을 포함해 130여개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끄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장례 미사에는 20만명이 참석했으며, 일반 조문 기간 중 약 25만명이 성 베드로 성전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은 생전 뜻에 따라 바닥에 가까운 낮은 목관에 안치돼 조문객을 맞이했다.
장례 미사를 시작으로 5월 4일까지 성 베드로 광장에서 ‘노벤디알리’라 불리는 9일간의 추모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교황의 무덤은 27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후임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는 5월 5일부터 10일 사이에 열릴 예정이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이 참석해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오면 흰 연기를 올려 당선 소식을 알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1일 오전 7시35분 뇌졸중과 심부전으로 선종했다. 1936년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2013년 교황에 선출된 그는 가톨릭 역사상 1천282년 만의 비유럽, 최초의 신대륙 출신 교황이었다. ‘빈자의 성자’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택하고 청빈한 삶을 살며, 동성 커플 축복 허용 등 진보적 개혁을 이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