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연금 반환일시금 수급액이 사상 최대치인 1조2647억 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 대비 10.6% 증가한 수치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장기적 연금 수령 대신 즉시 현금을 택한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1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12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작년 국민연금 일시금 수급자는 총 19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1000명 늘었다. 일시금 수급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납부 기간(10년)을 채우지 못하거나, 해외 이주 등 사유로 연금 수급 자격을 상실한 이들에게 지급된다. 다만 이 경우 매달 연금을 받을 때보다 지급 총액이 줄어든다.
눈에 띄는 것은 연금액이 줄어드는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조기수급’을 선택한 사례가 94만8000건에 이른다는 점이다. 조기수급자는 국민연금 수령 연령(현재 63세)을 앞당겨 60세부터 연금을 받는 대신 월 수령액이 최대 30%까지 줄어든다. 통상 안정된 소득이 없는 고령자나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이 조기수급을 선택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경기 침체와 소득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한다. 연금 수급자들이 미래의 수익보다 현재의 생계가 더 절박하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 구조조정, 고령층 실업 증가, 물가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민연금의 ‘조기인출’이 확산되는 추세다.
정부는 연금개혁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해왔으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제도 신뢰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기금 운용의 지속가능성과 수급자의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연금 일시금 수급 총액은 2020년 9412억 원, 2021년 1조474억 원, 2022년 1조1437억 원에 이어 지난해 1조2647억 원까지 늘어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회안전망으로서 국민연금의 기능에 대한 근본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경고로도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