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송부된 ‘감사원 간부 뇌물 사건’의 처리 방향을 놓고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법원이 “검찰은 공수처 송부 사건을 계속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것과 무관치 않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공수처 간의 ‘사건 핑퐁’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자체 보완수사 vs. 공수처 재이송 검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김태헌)에 배당된 감사원 뇌물 사건을 다시 공수처에 이송할지, 자체적으로 보완수사를 진행할지를 두고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 송부 사건 보완수사와 관련한 법원 결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당초 공수처가 사건 반송을 1년 넘게 거부하자 직접 보완수사하는 방안을 고려해왔다. 그러나 최근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러한 방식에 대한 법률적 쟁점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커졌다.
감사원 간부 15억 뇌물 의혹… 법원 기각 후 공수처 송부
이번 사건은 감사원 3급 공무원 김모 씨가 차명업체를 통해 15억 원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후 공수처는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하며 사건을 송부했다.
그러나 검찰과 공수처 간의 입장 차이가 커지면서 사건 처리는 난항을 겪었다. 검찰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공수처로 사건을 반송했지만, 공수처는 이를 접수조차 거부했다. 검찰은 “독립 수사기관인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추가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공수처는 “검찰이 자체 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공수처 간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법원 판단 이후 검찰 강제수사 권한 논란
법원이 지난달 윤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공수처 송부 사건을 직접 수사할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결하면서, 검찰의 강제수사 권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검찰은 공수처 송부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를 진행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그러나 감사원 뇌물 사건은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될 경우 신병 확보가 필요할 수 있는 중대한 부패 범죄다. 검찰은 자체 보완수사를 진행할 경우 법적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검찰이 강제수사를 진행할 경우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의 증거능력이 법적 쟁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검찰 ‘핑퐁’ 지속… 법 개정 필요성 대두
검찰이 사건을 다시 공수처에 보낸다고 해도 공수처가 이를 접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법원 결정은 검찰이 보완수사를 공수처에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가 아니며, 법에도 이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며 “검찰이 처리해야 할 사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공수처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종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수사한 뒤 검찰에 송부했을 때, 보완수사를 어느 기관이 담당하고 어느 범위까지 진행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공수처 간의 갈등이 반복되면서, 법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입법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