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약 4년 동안 해외방문을 하지 않았던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르면다음주에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회담 장소는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가 유력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무기 수출을 논의할 가능성이높다.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유력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차로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푸틴은 김정은과 EEF에서 만날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 소속 해군 함정이 정박하고 있는 33번 부두도 방문하고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찾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 건설해 지금은 빌려 쓰고 있는 카자흐스탄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대신해 신축한 우주시설이다. 해당 기지는 블라디보스토크 북쪽으로 약 1500㎞ 떨어져 있으며 2016년에 처음으로 로켓을 발사했다.
다만 김정은이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 NYT에 따르면 지난달 말 북한 정부 대표단 20명은 기차로 평양을 출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뒤 비행기로 갈아타고모스크바로 향했다. 이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에 앞서 사전답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는 막대한 군수품 수요를 해결하기위해 북한과 중국 등에서 포탄과 미사일 등의 소모품 수입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러시아가 민간 군사기업인 바그너그룹을 앞세워 북한에서 포탄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7월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무기거래및 합동군사훈련 등 군사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쇼이구의 방북 당시 군사협력을 제안하며 푸틴의 방북을 요청했고, 이에 쇼이구가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맞제안했다고 분석했다.
■美와 적대하는 양국, 더 가깝게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쇼이구가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판매하도록 설득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적으로 경고했듯이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협상은 적극적으로 진전되고 있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와 고위급 논의를 계속 기대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알렸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회동에서 러시아가 원하는 탄약과 대전차미사일 등을 공급하는 대가로 위성, 핵추진잠수함 등과 관련한 첨단기술 이전과 식량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은은 지난 2019년 4월 열차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 푸틴과 첫 정상회담을했으며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진 리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러시아의 동맹 강화는 동맹국이 거의 없고, 미국이라는 공통의 적을 가진 두 나라 사이에서 적절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과 김정은 모두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전통적 동맹의 부활“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뉴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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