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이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 도쿄에 두 가지 표정이 공존하고 있다. 메달 집계와 코로나 확진자 집계가 동시에 이뤄질 초유의 방역 시험대를 앞둔 ‘긴장감‘과 네번째 코로나 대응 긴급사태 선언 발령으로 인한 ‘피로감‘이 혼재한 모습이다. 전체 21개동 주변(총 면적 44만㎡규모)을철제 펜스로 둘러싸 사실상 봉쇄 수준인 올림픽 선수촌의 긴장어린 표정과 달리, 도쿄 번화가는‘아침부터 아침까지 영업(24시간)’이란 입간판을 내걸고 긴급사태 발령이 무색하게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 공식 개소일인 13일 저녁 무렵, 도쿄 주오구 임해부(매립지)인 하루미 지역에위치한 선수촌 주변엔 경찰 수백여명과 경찰 차량 수십대가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선수촌은 높이2.5m이상의 대형 철제 펜스로 둘러싸였으며, 진입로에는 차량 통제소가 설치됐다. 검문 인력, 자원봉사 등이 긴장감 넘치는 표정으로 입소하는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현장의 한 일본 경찰은“선수촌 주변에 이런 형태의 통제소가 몇군데 더 있다“며 “긴장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20대 남성자원봉사자는 “선수들은 이동시 차량 외에는 원칙적으로는 도보로 나올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역대 올림픽 때마다 성대하게 치렀던 선수촌 개소식 행사를 하지 않았다. 언론들이 입소한 선수들을 취재하는 것도 금지됐다. 식당 등 공용시설에서 선수들끼리의 교류, 회합도 금지돼 있다. 최대 1만8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원칙적으로는 경기 닷새 전 입소해, 경기 이틀 후 떠나야 한다. 또 입소 후에는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행동규칙(플레이북)에 따라매일 타액을 이용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날이 저물자 불꺼진 선수동의 적막감이 한층 더해졌다. 인근 식당들에서는 “올림픽 분위기가 살지않는다“고 토로했다.
반면, 이곳에서 불과 3.7km 정도 떨어진 도심 번화가인 신바시 지역 식당가들은 긴급사태 발령 기간임에도 ‘술 손님‘을 받기에 여념이 없었다. 도쿄지역에서만 코로나 확진자가 900명에 육박한 이날, 신바시의 점포들은 “밤 11시까지 받습니다.” “24시간 영업합니다“고 입간판을 내걸었다.
인기가 많은 선술집(이자카야)들은 이미 실내가 만석이었으며, 대기 손님들이 가게 앞에 줄을 선곳도 있었다. 만남의 첫 인사가 “결국 올림픽 하는군요“라며 서로들 불안감을 토로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긴급사태 반복으로 곳곳에서 방역 누수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정한 영업시간 제한 시한인 오후 8시가 넘어가자, 식당과 유흥주점들의 호객꾼들은 더욱 대범하게 영업활동을 했다. 간호사 복장으로 코스프레를 한 여성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호객 행위를 했다. 외식업체들은 그들 나름대로 “장기간에 걸친 긴급사태로 문을 열어도, 닫아도 ‘지옥이다‘면서 한계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14일 도쿄에서는 하루 1149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추가됐다. 일본의 제4차 유행기 당시 최대치(5월 8일 1121명)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일본 전역의 하루 확진자는 3194명(NHK집계)이다. 지역별 집계가 마무리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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