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年 12月 月 01 日 火曜日 9:0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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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을 읽읍시다@도쿄] 맨부커상 수상에 빛나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2016년 어느 날, 간만에 책이 뉴스에서 화제의 중심에 떠올랐다. 한강이라는 작가의 책이 비전문가에게는 생소한 ‘맨부커상’이라는 상을 영국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이었다. ”번역이 잘 되었다”, “한강 작가님의 필력이 대단했다” 등등 오랜만에 책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실제로 맨부커상 수상 이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가며 소설 부문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수상작이기에 읽어야만 하는, 숙제와 같이 여겨지는 강박감과 이제 읽어봐야 시대에 뒤늦게 편승하는 사람 취급 받을 뿐이라는 어줍잖은 자존심에 일부러 이 책을 읽지 않았다. 그렇게 내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던 책을 올해 여름, 도쿄 롯본기의 야외카페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영어 번역서를 들고 오신 독서모임 참가자로부터 소개를 받은 것이었다. 영어로 읽었음에도 흡입력이 있다는 말씀과 함께 책 설명을 잘 해주셔서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미뤄뒀던 방학 숙제를 끝마치는 기분으로 한국으로 간 직후 들른 서점에서 이 책을 바로 집어들었다. 맨부커상 수상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매대에 올라가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채식주의자’ – ‘몽고 반점’ – ‘나무 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영혜’라는 여성이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평범한 날, 그녀는 끔찍한 꿈을 꾸면서 고기가 들어간 모든 것을 기피하는 채식주의자가 된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그녀가 갑작스럽게 「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면서 남편, 부모, 형제 등 주변 인물들이 그녀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이야기의 큰 흐름이다. 소설이기에 구체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결론적으로 ‘영혜’는 어느 누구에게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다. 그녀의 행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영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순간의 변덕, 혹은 미친 것으로 여기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에 기분이 상했다. 자신의 누이, 둘째 딸, 아내인데 어느 누구 하나 그녀의 행동의 원인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등장인물 전원이 오롯이 “자신”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내의 변화를 이해하려하지 않고 아내의 친정에 고자질하고 그녀를 떠나버린 남편. 그런 자식을 수치로 여기며 손찌검을 하고 내 식으로 생각해버리는 부모. 그런 누나와 연을 끊어버리는 남동생 부부. 처제의 신체적 특징을 듣고 자신의 욕망과 예술혼을 불태우기 바쁜 형부. 다소 냉정해보이는 등장 인물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실제 우리네 모습이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약간의 가식과 가면만 벗어낸다면 우리의 행동, 어투 역시 타인에 대한 몰이해와 자기중심적 사고로 점철되어있다. 이 와중에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보이는 영혜의 누나 인혜는 마지막 에피소드의 화자이다. 자수성가형 인물에, 모든 가족이 연을 끊은 영혜를 마지막까지 돌본 인물이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남편과 부적절한 행위를 한 여동생을 보살핀다. 그런 인혜가 운전하며 혼잣말하듯 내뱉는 대사로 소설이 끝이 나는데 이 대사에서 그녀의 성격과 소설의 의미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건 말이야. ……어쩌면 꿈인지 몰라.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평생을 책임감으로 자신을 희생시켜오며 살아온 그녀는 지친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투영하며 그 대상으로부터 애정을 느끼는 방식으로 자신을 위로해왔다. 그것이 전에는 남편이었고, 지금은 영혜였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결국 스스로를 더욱 지치게 하는 굴레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그걸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삶이 차라리 꿈이기를 바라는, 그래야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체념 섞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이라는 것도 굴레 속에서 버둥대는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필명 :하늘나는연어 소개 : 평일엔 기획자로 주말엔 잡식성 독서가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생활 4년차 글쟁이입니다. 도쿄에서 열리는 한국인독서모임 (w/plus (구 :책책책을 읽읍시다@도쿄)) 속 글쓰기 소모임, 필쏘굿 (筆so good) 에서 활동중입니다. 저작권자(C)글로벌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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