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멕시코 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사실상 무산 수순에 들어갔다. 양국은 기존 FTA 체결 대신 무역과 투자 확대를 위한 새로운 공식 협력 프레임워크 구축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지만, 핵심 시장 개방과 통상 이익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과 여한구 한국 측 통상 대표는 최근 멕시코시티에서 만나 양국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에서는 경제·상업 교류 확대와 양자 관계 현대화를 위한 실무그룹(Working Group) 창설이 핵심 합의로 도출됐다.
그러나 양국은 더 이상 정식 FTA 체결을 전제로 협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방향을 틀었다. 멕시코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와 전략적 실익 확보를 우선시하면서 기존 FTA 논의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 내부에서는 “한국과의 협정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결국 수년간 이어졌던 한-멕시코 FTA 논의는 ‘무역·투자 공식 프레임워크’라는 우회적 방식으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양국 간 무역 불균형 역시 멕시코 측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멕시코 중앙은행(Banco de México)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멕시코의 대(對)한국 수출은 66억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대멕시코 수출은 230억7000만 달러에 달해 압도적인 흑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는 한국에 아연광, 자동차 부품, 귀금속 광물, 구리 스크랩, 전자 집적회로 등을 수출하고 있으며, 한국은 자동차 부품과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디스플레이 모듈 등을 멕시코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양국이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도 경제적 셈법에서는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를 앞둔 멕시코가 자국 제조업 보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한국과의 포괄적 시장 개방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BTS 등 한국 문화 콘텐츠의 영향력 확대와 양국 간 문화·외교 교류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통상 협상 테이블에서는 냉정한 이해관계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협상장 분위기도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여한구 대표의 표정에서는 부담감이 읽혔던 반면, 에브라르드 장관은 비교적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국이 기대했던 한-멕시코 FTA는 당분간 재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앞으로 실무그룹을 통해 제한적 경제 협력과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하겠지만, 본격적인 자유무역 체제 구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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