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주주 권리 강화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을 내세운 이후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3일 대선 이후 이달 14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주식 소각 결정 공시는 4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건)보다 50% 증가했다. 소각 주식 수는 1억 4527만주로 전년 동기(4076만주) 대비 256% 늘었으며, 금액 기준으로도 5조 8379억원으로 1년 전(2조 2122억원)의 2.6배에 달했다.
특히 HMM이 8180만주, 2조 1432억원 규모로 가장 큰 폭의 소각을 단행했으며, 신한지주(1154만주·8000억원), KB금융(572만주·6600억원), 네이버(158만주·3684억원), 기아(388만주·3452억원), 현대모비스(107만주·317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소각 방식은 이미 보유한 자사주를 없앤 경우가 30건으로 많았지만, 장내외 매수나 신탁계약을 통해 새로 매입한 뒤 소각한 경우도 15건에 달했다. 전체 소각 금액의 78.5%에 해당하는 4조 5839억원이 바로 이 매입 후 소각 방식에서 나왔다.
기업들은 공시 사유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정책 확대’를 꼽았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그간 한국 기업들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대주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고, 최근 정치권에서는 상법 개정을 통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투기자본에 경영권이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지만, 반대로 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와 ‘코스피 5000’을 위해선 소각 의무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은 정부 기조에 호응하면서 동시에 시장에 ‘자율적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상장사들이 발표한 주식 소각은 총 177건, 소각 예정 주식은 4억 1530만주, 금액으로는 18조 2854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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