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세 번째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다시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법원이 위안부 문제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국가면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면서, 한일 간 법적 공방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민사7단독 이효두 판사는 지난달 25일 고(故) 길갑순 할머니의 아들 김영만(69) 씨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정부에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는 항소 시한인 14일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이날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1924년 전북 무주에서 태어난 길 할머니는 1941년 17세 나이에 일본 나가사키섬으로 강제 동원돼 약 4년간 일본군 위안부로 고통받았다. 길 할머니는 생전 “일본군과의 잠자리를 거부했다가 뜨겁게 달군 인두로 등을 지지는 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재판에서도 국제법상 ‘국가면제’를 주장하며 소송 참여를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반인도적 범죄 행위에는 국가면제가 적용될 수 없다”면서 “국제 관습법에서도 인류 보편적 가치를 침해한 범죄는 국가면제의 예외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이어 “국가면제는 항구적 가치가 아니며 국제 질서의 변화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면서 “일본의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권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국내 법원이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세 번째 사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본 정부가 실제 배상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앞선 판결에서도 재산 명시나 압류 절차에 응하지 않았던 만큼 피해자들이 실제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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