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 신구 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의 오찬 회동이전격 취소되면서다. 회동을 불과 4시간 앞두고 만남이 연기된 것으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있다. 양측은 회동 취소사유로 ‘실무적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공공기관 인사 등 다양한 이슈들이 정치권에서 거론된 가운데 양측의 이견이 회동 불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회동 연기 배경은 함구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회동이 취소된 자세한 배경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오늘 일정을 미루기로 한이유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에 따라서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주셨으면 한다“며 “상호 실무 차원에서 조율하면서 나온 결과라서 어느 한쪽이 (연기요청을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청와대 역시 회동 결렬 이유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재 회동을 위해 양측에서는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이철희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조율을하고 있다. 조율이 원만하게 끝난다면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회동은 이르면 이번주 내, 늦어도다음주 초반에는 다시금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 비서실장은 추후 회동 시기에 대해 “시간을좀 달라. 지금 또 언제 만난다고 했다가 (무산되면) 또 그렇지 않나“라며 “청와대와 우리가 이 문제를 두고 ‘또 결렬, 무산‘ 이런 것이 아니라 실무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별사면·공공기관 인사 문제 발목
당초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회동은 특별한 의제를 두지 않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마련됐다. 이 때문에 배석자도 없이 회동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별사면, 공공기관 인사 등의 문제가 거론되면서 회동 연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회동이 열리더라도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이 논의할 이슈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고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회동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특별사면 문제는 논의 전부터 꼬여가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 특별사면 건의를 공식화했지만,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동반사면과 연동되면서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내부 모두 동반사면에는 반대하고있다. 동반사면이 단행될 경우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문 대통령 임기 중 진행되는 인사 문제를 두고서는 이미 양측이 시각차를드러냈다.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 임기 말 인사가 진행될 경우 사전에 협의를 요청했다. 윤 당선인이 취임하게 되면 함께 손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청와대에서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인사권은 고유의 권한이라는 이유에서다.
정권교체기 신구 권력이 충돌하면서 향후 정국도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이 공언했던 정부의 원활한 인수인계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은 총재 인사권 행사여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인사가 그대로 진행된다면 양측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두 달 동안 이 같은 충돌이 자주 일어난다면 갈등과 분열을 넘어선 국민통합의 길은 더욱 멀어질 전망이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도 차기 정부의 초반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뉴스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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