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이대로라면 일본에서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며 일본 스가정권의 ‘2030년대 휘발유차 퇴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업계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탈탄소 시대로 급하게 가속 페달을 밟는 통에 자동차, 철강 업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고조되고있다.
1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일본자동차공업회 회장 자격으로 전날 온라인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가 2030년 중반까지 휘발유 차량 판매를 전면 중지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자동차업계의 비즈니스모델이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가 내각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기 위해 2030년 중반께 휘발유로만 가동하는 신차에 대해 판매를 중지시킬 계획이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보다 5년 가량 빠른 2030년까지 휘발유 및 디젤차 판매를 중지시키겠다며 “대도시의책무“라고 언급했다. 일본의 최근 이런 움직임은 내년 1월 출범할 미국 바이든 정권이 온실가스 감축에 깃발을 흔들고 있는데다 이미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 마저도 탈탄소시대를 향해 국제환경 규범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공화당 트럼프 정권 4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온실가스 감축 이슈에서 멀어졌다가 이를 ‘모범적‘으로 따라잡으려고 하다보니, 당장 일본 산업계는 물론이고, 에너지 정책 전환에도 부담이 되는 것이다.
도요타 사장은 원자력발전 비중이 높고 화력발전 비중은 낮은 프랑스를 예로 들며 “국가적인 에너지정책의 대변혁없이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 달성은 어렵다“며 “이대로라면 일본에서 자동차를만들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일본은 친환경 자동차만으로는이산화탄소 배출절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자동차 시장의 구조를 급격히 전기자동차(EV)로 이행하는데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전기자동차가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사실을 언급하며 “정치가들이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고 ‘휘발유차를 없애겠다‘고 말하는 것인가“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 휘발유차 비율이 높은 경차에 대해 “지방에서 경차는 완전히 생명선“이라며 “지금까지 쌓아올린 업적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일본의 장점을 유지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경차는 대부분이 휘발유 차량이다.
도요타 사장의 이런 발언은 스가 정부의 급격한 정책 추진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도요타는 일본 업체들과 함께 수소경제 관련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전기차 배터리 개발 등에적극 뛰어들고는 있으나, 일본 정부의 속도전에 불만이 고조됐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 사장인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철강연맹 회장도 같은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2050년 탄소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구개발에만 10년, 20년이 걸려 개별 기업이 계속해 나가는 것은 무리“라며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재계의 총리‘격인 게이단렌(일본 경제단체연합회)회장을 배출하는 등 정부에 대해 발언권이 센 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정부 정책에 우려가 나왔다며, 스가 총리의 ‘온실가스 배출제로‘ 정책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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