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부터 1953년까지 한국 전쟁으로 남과 북에서 10만 명의 전쟁고아들이 발생했다. 전쟁의 상처를 치유할 능력조차 없던 시절, 남과 북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쟁고아 문제를 처리하게 된다.
남한의 전쟁고아들이 ‘해외 입양’이라는 방식을 통해 유럽과 미국으로 이주했다면, 북한의 전쟁고아들은 동유럽 여러 나라에 분산 수용되는 방식이었다. 이름하여 현지 ‘위탁 교육’이었다. 그 결과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낯선 곳들에서 5천 명에서 1만 명에 달하는 북한 전쟁고아들이 10년 동안 생활을 했다. 이 이야기는 그들의 숨겨져 있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스탈린의 아이들에서 김일성의 아이들로 살아야 했던 북한 전쟁고아들! 1만 명의 아이들이 유럽에서 북한으로 이주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탄생했다. 70년 전 그들이 꿈꿨던 순수한 사랑과 우정, 자유에 대한 갈망은 원히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념과 이데올로기를 초월해서 순수하게 사람과 사람이 만났습니다. 그 어떤 것도 그들의 순수한 사랑과 우정을 갈라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이 동유럽에서 살았던 북한 아이들과 유럽의 교사, 동창생들의 진실된 모습이었습니다.❞ (크리소바타 욜란타, 다큐멘터리 ‘KIM KI DOK’ 감독)
❝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다섯 개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다섯 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70년 전의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사랑, 우정, 휴머니즘, 그리고 그들의 순수한 인간적 관계를 가로막았던 북한 김일성 정권의 본질, 종파투쟁으로 불려졌던 북한 내부의 권력 투쟁과 외국인 배척운동, 주체사상의 확립이라는 역사적 사건들이 바로 1950년대 이 시기에 모두 응축되어 있다. 북한 전쟁고아들의 1950년대 행적을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북한 정권의 폐쇄적인 속성과 역사성을 이해하는 길이다. ❞ (‘김일성의 아이들’ 영화감독 김덕영)
북한 아이들이 갖고 있던 전쟁의 공포와 부모를 잃어버린 트라우마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이 절실했던 아이들이었다. 그런 배경이 북에서 온 아이들과 그들을 돌봐주었던 당시 동유럽 사람들 사이에서는 인간적인 교감이 생겨났다.
북한 아이들의 존재는 모든 나라에서 철저하게 비로 부쳐져야 했다. 그것을 위해 현지에 채용된 동유럽 교사들 역시 나이 어린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교사를 선발했고, 심지어 2차 대전으로 부모를 잃어버린 경우도 많았다. 자연히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 대한 애틋함이 클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 출발은 냉전과 이데올로기 경쟁 속에서 소련 공산당의 주도로 이뤄진 사회주의 연대와 이데올로기의 선전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상황 속에서도 순수한 인간애 하나로 만났다.
아이들의 정체성 교육을 위해서 북한에서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파견되었다. 특이한 것은 외부와 차단된 지역에 아이들의 주거 시설이 만들어졌다는 점. 그만큼 당시 동유럽 각국이 매우 민감하게 이 사안을 처리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차 대전 이후 국가 재건사업에 나서야 했던 동유럽 각국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사업이었다. 심지어 불가리아 같은 나라에서는 재정적인 이유로 아이들을 받을 수 없다고 호소를 하기도 했다. 결국 불가리아에서는 가정에 아이들을 위한 거처를 마련한 곳도 많았다.
❝아이들은 새벽 6시 반에 모두 기상을 했다. 김일성의 얼굴이 그려진 인공기를 향해 경례를 하면서 ‘김일성 찬가’를 불다. 그것은 아침 조회 시간에 매일 매일 빠지지 않고 반복된 행동들이었다.❞ (스타니스와프 바할, 폴란드 교사)
-북한 전쟁고아 탈출 사건
1953년 스탈린의 죽음 이후 권력을 넘겨받은 소련의 후루시쵸프는 스탈린식의 독재를 비판하면서 집단지도체제를 강조했다. 이런 변화 속에 1956년 10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자유화 운동이 일어났다.
이런 자유화 물결은 폴란드, 체코 등으로 번져나갔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유럽의 생활과 문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도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1956년 6월 동유럽을 방문했던 김일성 역시 유럽에 머물던 북한 아이들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다. 게다가 북한 내부에서 반김일성 쿠데타까지 일어나면서 김일성은 북한 전쟁고아들의 전원 송환을 결정하게 된다.
❝ 김일성은 유럽의 문화와 사고 방식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자신의 유일 사상체제로 유지되는 북한 사회에 반기를 드는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수의 북한 아이들 역시 북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
그 결과 북한 아이들이 머물던 기숙사에서 탈출 사건이 발생한다. 이런 사례는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 등지에서 주로 일어났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1957년 5월 폴란드에서 일어난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북한 대사관은 폴란드 정보 당국으로부터 긴급 전문을 하나 받게 된다. 북한 전쟁고아들이 머물고 있는 프와코비체에서 북한 학생 2명이 기차를 타고 오스트리아로 도망치려다 국경 검문소에서 적발되었다는 내용의 전문이었다.
❝2명이 북한 학생들은 즉시 북한 정보원들에게 체포되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었다. 아이들이 도망쳤던 프와코비체는 당시 폴란드에서 1,400여 명의 북한 전쟁고아들이 머물던 지역이었다.❞
-걸어서 유럽까지!
루마니아에서는 남자 아이 하나가 루마니아 가정으로 입양될 예정이었다. 당의 허락 하에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입양이 이뤄지지 않자, 결국 아이는 루마니아 시레트 조선인민학교를 탈출했다. 그날은 루마니아에 머물던 아이들이 전원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거쳐 북한으로 송환되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숲으로 도망 친 아이는 결국 북한 아이들에 의해서 산속에서 붙잡히고 현장에서 집단 린치를 당했다. 아이는 그날 다른 북한 아이들과 함께 북송 열차에 올랐지만 다리를 심하게 다쳐 불구자가 되었다.
-연출 의도
지난 2019년 3월 불가리아에서 7명의 생존자들를 취재했다. 놀랍게도 그들 모두가 1950년대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심지어 친하게 지냈던 북한 아이들의 이름까지도 외우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마치 보물처럼 사진을 간직하고 옛 추억을 잊지 않으려 했다.
그들과 인터뷰를 마치면서 혹시 마지막이 될지 모르지만, 이 영화를 보게 될지도 모를 북한에 있는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남겨달라고 했다. 그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휴머니즘과 사랑이 숨겨져 있었다.
❝인류의 역사는 끝없은 전쟁의 역사다. 그리고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전쟁 웅이나 전투를 다룬 작품은 많지만, 전쟁고아들의 처리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작품은 없었다. 이 역사적 사건은 인류가 반드시 간직하고 있어야 할 양심에 관한 이야기다. 사회주의 코스모폴리탄의 꿈을 꿨던 1950년대 동구 공산권과 자신만의 왕국에 대한 꿈을 꾸었던 김일성이 어떻게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우정,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버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었다.❞
-감독 프로필
*김덕영:’김일성의 아이들’ 각본, 감독, 촬영, 편집, 제작
1965년 생 (55세) 서강대학교 철학과,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졸업 30년 가까이 방송과 영화를 넘나들며 다큐멘터리 제작
저작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 <세상은 모두 다큐멘터리다> <그리스의 시간을 걷다> <내가 그리로 갈게> (소설) <하루키에겐 피터캣 나에겐 통의동 스토리가 있다> <유레일 루트 디자인>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 2> 등의 저작 활동
Visiting Scholar Universitry of Iceland, 인류학과 방문학자 (2019년 3월) 미국 Colorado State of University, 커뮤니케이션 학과 방문학자 초청 (2020년 예정)
신간 <김일성의 아이들> (KIM IL SUNG’s Children) 다큐멘터리 제작 후기와 역사적 자료들을 모은 책 5월 발간 예정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KIM IL SUNG’s Children)
각본, 감독, 제작 김덕영
프로듀서 임수영 유준희
촬영 김덕영 임수영 / 음악, 작곡 안지환
특수효과 동수언 / 사운드 레코딩 보광하
나래이션 김덕영
번역 김지원
제작 다큐스토리 프로덕션
형식: 장편 다큐멘터리 (1시간 24분)
장르: 역사, 전쟁, 북한
2020년 뉴욕국제영화제 본선 진출
2020년 니스국제영화제 본선 진출
2020년 아르헨티나 산타 크루즈 국제영화제 본선 진출
2020년 도쿄 리프트오프 영화제 본선 진출
2020년 영국 데프트포드 씨네마 영화제 본선 진출
2020년 퍼스타임 필름메이커 영화제 본선 진출
2020년 폴란드 국제영화제 본선 진출
2020년 평창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