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의 총리감 중 한 명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자민당 2인자이자 ‘킹 메이커’인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아사히신문은 니카이 간사장이 전날 이시바 전 간사장과의 면담 후 기자들에게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의 기대주 중 한 사람이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양측의 만남은 이날 자민당 간사장실에서 약 20분간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니카이 간사장에게 오는 9월로 예정된 이시바 파벌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으며, 니카이 간사장으로부터 “가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이시바의 ‘구애’에 니카이가 일단 ‘수락’하는 자세를 띤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5년 이시바 파벌이 결성된 후 외부인을 강사로 초청한 건 니카이 간사장이 처음이다.
니카이 간사장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민당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정치가 중 한 명인 것이 틀림없다”며 “장래에 더욱더 높은 곳을 목표로 나가길 바라는 기대주의 한 명”이라고 말했다. 자민당 내 차기 총리 구도과 연결되는 발언이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지율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가에선 아베 총리가 내년 9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연내 퇴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 스스로도 주변에 언제 퇴진하면 좋을 지 자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카이 파벌(중의원 47명 소속)의 수장인 니카이 간사장은 사실, 아베 총리 3연임의 일등 공신이다. 그는 지난 2017년 3월 ‘2연임·6년’인 자민당 총재 임기 규정을 ‘3연임·9년’으로 개정해,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에 발판을 놓았다.
최근엔 기류 변화가 읽혀진다. 지난해 하반기 아베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정책위원장 격)을 새 간사장으로 추대할 뜻을 내비친 게 양측이 불화를 빚게된 이유로 지목된다. 지난 4월 각의(국무회의)까지 통과한 아베 총리와 기시다 정조회장이 추진한 가구당 선별적 30만엔(약 330만원) 현급급부 정책이 1인당 일괄 10만엔(110만원) 현금급부로 막판에 변경된 것도 니카이 간사장의 ‘작품’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과거 두 차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맞붙었던 인물이다. 대중적인 지지도는 높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견제로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
때문에 니카이 간사장의 지원은 포스트 아베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첫 번째 관문인 셈이다.
다만, 이날의 회동에 대해 니카이 간사장이 아베 총리를 향해 견제구를 날린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있다. 아베 총리는 오는 9월 자민당 간부 인사를 단행한다.
그때를 겨냥해 실력 행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란 얘기다. 아베 총리가 후계자로 낙점한 것으로 여겨지는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의 대중적 인기는 매우 저조하다. ‘킹 메이커’ 니카이 간사장이 어느 편에 서게 될 지 주목된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저작권자(C)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