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추진할 후보자와 정당을 택할지, 개헌 문제를 방기할 정당을 택할지, 그것을 결정할 선거다.”
참의원 선거운동이 공식 개시된 날이자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조치가 발동된 지난 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첫 유세지로 향했다. 8년전 동일본대지진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후쿠시마의 한 과수 농가를 무대로 한 그의 연설 첫 일성은 ‘개헌’이었다.
’85.’ 내년 개헌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아베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목표로 하는 숫자다. 참원 총 245석 가운데 이번에 선거가 치러지는 의석수는 124석이다. 일본에선 임기 6년의 참의원을 절반씩 교체하는 선거를 3년마다 실시한다. 아베 총리로선 이번에 선거가 치러지는 124석 가운데 85석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자민당•공명당 등 개헌우호세력이 확보한 비개선(이번에 선거 대상이 아닌 의석수•3년 뒤 선거 예정)의석수는 79석이다. 기존 79석에 85석을 더해야 개헌발의선(164석)에 도달한다. 일본 헌법은 헌법 개정 발의 요건으로 중원(하원)과 참원(상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하고 있다. 이를 다시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을 넘겨야 한다.
현재 자민당과 연립정권인 공명당 의석수까지 합치면 대체로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달성은 무난해보이나 소위 ‘개헌세력’으로 분류하는 극우정당인 일본 유신회까지 합친다해도 ’85’고지를 밟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은 85석 확보 전망에 대해 한 마디로 ‘미묘하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85석에 도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자민당이 홀로 108석을 얻는 압승을 거두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미 확보된 기존 자민당 비개선 의석수 56석을 합치면 단독 개헌발의도 가능하다.
아사히신문은 앞서 지난 4~5일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민당 59석(중심치 기준•최소 54∼최대 64석), 공명당 14석(11∼15석), 유신회 8석(5∼11석)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세 정당의 앞글자를 딴 ‘자•공•유’ 3당이 이번 선거에서 확보할 추가 의석수는 최소 73석~최대 90석이다. 개헌 발의로 가는 첫 고지인 85를 넘길 수도, 못넘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선거 직전 터진 금융청의 연금 2000만엔 부족 사태가 큰 복병이었다. 10월 소비세 인상 추진 역시 여당에겐 마이너스 요소다. 악재를 덮기 위해서라도 미일 관계 강화 등 최근의 외교성과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대략 선거 사흘 전까지 판세가 왔다갔다 할 것 같다”며 “선거 전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재료로 한국에 2차 보복조치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요청한 강제징용 문제에 관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답변 시한인 1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20일까지가 2차 보복조치가 나올 수 있는 위험기간인 셈이다. 85란 고지가 불안할수록 말이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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