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진단 기준을 대폭 손질해 주민 불편사항을 본격적으로 반영한다. 지하주차장 부재, 협소한 엘리베이터, 부족한 녹지공간 등 거주자들의 생활 불편이 재건축 추진 사유로 명문화되면서, 그간 구조적 결함 중심으로만 이뤄졌던 진단 평가에 실질적 주거환경 요소가 대거 포함된다.
국토교통부는 17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과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재건축진단 기준’ 개정안을 마련하고, 18일부터 입법예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5월 28일까지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주민 생활 불편’을 정비 필요성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반영한 점이다. 현재까지의 재건축 진단은 구조안전성과 설비 노후도, 경제성 중심으로 이뤄져 실제 주민이 체감하는 불편은 부차적으로만 고려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하주차장 유무 △협소한 엘리베이터 △부족한 주민공동시설 △도시미관 및 일조환경 등 일상적 불편 요소도 진단 항목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주거환경 평가 항목은 기존 9개에서 15개로 확대된다. 동시에 해당 항목의 평가 비중도 기존 30%에서 40%로 상향된다. 반면 비용분석 항목은 폐지할 수 있도록 해, 주거환경 악화만으로도 재건축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주민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 기존 방식대로 비용분석을 포함할 수 있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주민 체감도가 높은 생활불편 요소를 제도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재건축 진단의 현실성과 공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건축 진단에서 탈락한 단지라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기존 진단 자료를 3년 이내 범위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행정 절차 간소화와 비용 절감을 겨냥한 조치다.
재개발 사업 기준 역시 현실화된다. 현행 규정은 전체 건축물의 60% 이상이 30년 이상 노후·불량해야 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하고, 무허가건축물은 산정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개정안은 1989년 1월 24일 이전 준공된 무허가건축물도 포함시켜 노후도 계산이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이는 공공주택특별법과 토지보상법에서 무허가건축물도 보상 대상에 포함시켜온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이 정비사업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침체된 지역 건설경기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정안 전문은 국토부 홈페이지(www.molit.go.kr) 를 통해 열람할 수 있으며, 우편·팩스·홈페이지 등을 통해 의견 제출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