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긴급사태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 안전이냐, 경제냐’를 놓고 망설이던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5000명을 눈앞에 두고, 이르면 7일 긴급사태 선언을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기간은 다음달 일본의 골든위크가 끝나는 5월 6일까지, 약 한 달간으로 예상된다. 연합군 점령을 끝낸 1952년 일본의 국권회복 이후 사실상 사상 첫 긴급사태 선언이다. 도쿄도에만 발동될 경우 많게는 11조3000억엔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나 의료붕괴 우려, 날로 거세지는 각계각층의 긴급사태 선언 요구 압박, 무엇보다 아베 내각이 코로나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정치적 비판에 떠밀려 결국 긴급사태 선언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는 6일 코로나 대책본부 회의를 연 뒤 7일 긴급사태 선언에 관한 법적 자문을 확보하기 위한 전문가회의를 개최한다. 이르면 회의직후인 7일 긴급사태 선언을 공표하고. 8일 0시부터 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을 위한 마음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 긴급사태 선언 발동되면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도쿄도지사 등 광역지자체장들이 학교, 극장, 백화점 등 대규모 시설에 대한 이용 제한, 유흥주점 영업 등에 관한 행정조치를 내리게 된다. 특히, 코로나 치료를 위한 의약품 등의 강제수용과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도 가능해진다. 단, 식료품점, 약국 등 생필품 관련 점포들과 철도 등 교통망은 그대로 운영된다.
초미의 관심사인 개인의 이동은 허용된다. 긴급사태 선언이 곧 도시봉쇄, 즉 도쿄봉쇄는 아니다. 군경을 동원해 철저히 이동을 제한하는 ‘프랑스식 봉쇄’와는 거리가 있다.
강제력 유무의 차이다. 긴급사태 선언의 근거법인 신종 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엔 개인의 이동 및 통행에 대한 벌칙이 규정돼 있지 않다. 개인의 이동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 해도, 휴교와 재택근무, 일본 사회의 자발적 외출자숙 분위기 등으로 사실상 도시봉쇄에 준하는 효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업과 가계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직원 교대 근무시 금융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망 점검에 착수했다. 통신, 가스회사 등도 인프라 정비를 위한 막바지 점검에 들어갔다.
개인의 경우, ‘조용한 사재기’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이미 한 차례 ‘도쿄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사재기를 경험한 탓에 지난 달 말과 같은 사재기 행렬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장기 보관이 가능한 식재료와 화장지, 주방용 티슈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 임기 막판 아베노믹스 타격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하다. 현재까지 기관별, 전문가별 긴급사태 선언에 따른 경제손실 추산액은 제각각이나 적게는 4조엔, 많게는 약 11조3000억엔의 국내총생산(GDP)증발을 예상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긴급사태가 도쿄도와 수도권에 한 해 발동됐을 경우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긴급사태 선언시 한 달간 4조~6조엔의 손실이 나올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 싱크탱크인 다이이치세이메이 경제연구소도 한 달간 이동이 엄격히 금지되는 도쿄 봉쇄가 수도권까지 포함해 실시될 경우 한 달간 8조9000억엔(약 100조원)의 국내총생산(GDP)가 증발할 것이라며 “일본경제는 머리를 도는 혈액이 멈추는 것과 같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일본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긴급 사태가 일본 전역에 발령되는 경우 2년간 약 63조엔(약 717조3800억원), 도쿄도에만 발령되는 경우 약 11조3000억엔(약 128조6731억원)으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베 총리가 이달 초부터 공개적으로 이뤄진 의학계 및 전문가, 야당 당수 등의 긴급사태 선언 촉구에도 수 일간 머뭇댄 것도 경제 타격을 가장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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